
시간이 쌓인 공간의 이야기, 임지은의 맨숀
오래된 아파트를 떠올리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시나요? 벽이 갈라지고 낡은 창문이 삐걱거리는 풍경일까요? 아니면 세월의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채 묵묵히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어떤 존재감일까요? 임지은 저자의 <맨숀>은 바로 그런 오래된 아파트들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책입니다.
이 책은 단순히 낡은 건축물의 기록이 아닙니다. 그것은 사라져가는 공간이 품은 기억과 이야기를 담아낸 하나의 풍경화와도 같습니다.
빈티지 아파트의 아름다움
<맨숀>은 흔히 ‘재개발 대상’으로만 여겨지는 오래된 아파트를, “빈티지”라는 새로운 관점으로 풀어냅니다. 저자는 재개발과 재건축 현장을 둘러보다가 오래된 아파트의 매력에 빠졌다고 고백합니다.
책 속에서 묘사되는 오래된 벽지, 삐걱거리는 나무 바닥,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질감은 단순한 디테일 이상의 감동을 줍니다. 그것은 누군가가 이 공간에서 살아온 시간의 흔적이며, 말없이 모든 것을 증명하는 증언 같은 것입니다.
건축물이 들려주는 이야기
저자는 아파트라는 공간이 단순한 주거지가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것은 한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삶과 기억, 그리고 사회적 맥락이 얽혀 있는 거대한 캔버스입니다.
어떤 아파트는 좁은 구조 속에서 효율성을 극대화하려던 70년대 경제 상황을 보여줍니다. 또 어떤 곳은 한때 번영했던 지역이 쇠락하며 남긴 흔적을 품고 있습니다. 이렇게 건축물은 우리에게 말합니다. “나는 그 시대를 증언하고 있다”고.
사라져가는 공간을 기록하다
책의 가장 큰 가치는 사라질지도 모를 공간을 기록으로 남긴 데 있습니다. 오래된 아파트를 단순히 낡고 해체되어야 할 대상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의 흔적과 기억을 담은 유산으로 바라봅니다.
책을 읽으며 문득 내가 지나쳤던 오래된 공간들이 떠올랐습니다. 그곳은 그냥 낡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것은 누군가의 하루와 계절, 그리고 몇십 년을 담아낸 시간의 층이었습니다.
이 책을 읽고 나서
임지은의 *<맨숀>*은 도시를 걷는 우리의 시선을 바꿉니다. 지나치던 오래된 아파트가 더 이상 무심한 건축물이 아니라, 그 자체로 하나의 이야기가 됩니다.
이 책은 단순히 건축에 관심 있는 사람들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공간, 그리고 그 공간이 우리 삶과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를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책입니다.
빈티지의 매력, 공간의 가치, 그리고 시간의 이야기에 관심이 있다면, 이 책은 틀림없이 당신에게 새로운 영감을 줄 것입니다.
“공간은 단지 우리가 머무는 곳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온 시간을 품고 있는 거울이다.”
*<맨숀>*은 그 거울을 통해 우리의 삶을 다시 들여다보게 만드는 책입니다.
- 저자
- -
- 출판
- 새서울
- 출판일
- 2023.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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