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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일기> 리뷰 / 예술과 삶을 기록한 한 사람의 이야기

덕메모지 2025. 1. 30. 0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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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 일기』 리뷰 – 예술과 삶을 기록한 한 사람의 이야기

김향안이라는 이름을 들으면, 많은 사람들은 그녀를 김환기의 아내로 먼저 떠올릴 것이다. 하지만 『미술관 일기』를 읽고 나면, 그녀는 단순한 화가의 배우자가 아니라 예술을 기록하고, 공간을 만들며, 환기 미술관을 설립한 한 사람으로 기억될 것이다.

이 책은 김향안이 뉴욕과 서울, 파리를 오가며 남긴 생생한 기록이다. 그녀는 한국 현대미술을 보존하고 알리기 위해 환기 미술관을 설립하는 과정에서 수많은 난관을 마주했지만, 끝내 자신의 길을 만들어갔다. 이 책을 읽으며 나는 단순한 감상을 넘어, 예술이 한 개인의 삶을 어떻게 바꾸고 확장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었다.

책장을 넘기면서 떠올랐던 몇 가지 질문이 있다.
"예술을 사랑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미술관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라, 예술과 사람이 연결되는 곳이 아닐까?"

이 글을 통해 『미술관 일기』가 담고 있는 이야기와 그 안에서 내가 발견한 것들을 나누고자 한다.

 

 

예술가의 아내? 아니, 예술 그 자체를 기록한 사람

김향안은 한국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지만, 종종 김환기의 아내라는 타이틀에 가려지곤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다 보면 그녀가 얼마나 예술을 사랑하고, 기록하고, 보존하려 했는지가 선명하게 드러난다.

그녀는 1970~80년대 뉴욕과 파리를 오가며 예술을 경험했고, 서울에서 김환기 미술관을 설립하기 위해 헌신했다. 당시 한국에서 사립 미술관을 세운다는 것은 쉽지 않은 도전이었고, 그 과정 속에서 행정적인 문제부터 공간을 설계하는 일까지 직접 부딪혀야 했다.

이 책이 흥미로운 이유는, 단순한 미술 에세이가 아니라 미술관 설립 과정이 담긴 기록이기 때문이다. 예술을 사랑하는 마음만으로는 미술관을 세울 수 없다. 자금, 운영, 기획, 행정까지 현실적인 문제들이 끊임없이 따라온다. 김향안은 그 모든 과정을 치열하게 겪어내며, 결국 한국 현대미술을 위한 중요한 공간을 만들어냈다.

 

미술관을 세운다는 것 – 현실과 예술 사이에서

책을 읽으며 가장 인상적이었던 점은 김향안이 예술과 현실의 경계를 넘나들며 살아갔다는 것이다.

그녀는 단순한 이상주의자가 아니었다. 예술을 사랑하면서도, 그것을 지키기 위해 현실과 타협해야 했다. 환기 미술관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작품을 구입하고 보존하는 일, 전시를 기획하는 일, 미술관의 재정을 관리하는 일 등 수많은 고민을 마주해야 했다.

책 속에는 미술관을 설립하고 운영하는 과정에서 겪었던 구체적인 에피소드들이 담겨 있다. 예술과 경영, 창작과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맞춰야 했던 그녀의 고민들은 단순히 미술에 관심 있는 사람들뿐만 아니라, 어떤 형태로든 창작을 하고, 그것을 지속하고 싶은 사람들에게도 의미 있는 이야기가 될 것이다.

 

예술가이면서도 생활인으로서 살아간다는 것

『미술관 일기』의 또 다른 흥미로운 점은, 김향안이 단순한 예술애호가가 아니라 예술과 함께 생활한 사람이었다는 것이다.

책을 읽다 보면, 예술가의 삶과 생활인의 삶이 교차하는 순간들이 자연스럽게 드러난다. 예술이란 고고한 것만이 아니라, 어떤 공간을 만들고, 그것을 유지하고, 사람들과 공유하는 일까지 포함하는 것이라는 점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예술이 삶 속에 존재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일이 무엇인지에 대해 이 책은 깊은 고민을 던진다.

 

<미술관 일기>를 읽고 나서…

책을 덮고 나니, 예술을 단순히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어떻게 보존하고, 공유하고, 이어갈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남았다.

미술관이란 단순한 전시 공간이 아니다. 그것은 시대를 기록하고, 사람들을 연결하는 장소다. 김향안은 단순한 후원자가 아니라, 예술이 지속될 수 있도록 공간을 만들고, 기록을 남기고, 현실 속에서 그 가치를 지키려 했던 사람이었다.

혹시라도 예술을 사랑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고민하고 있다면,
또는 미술관이 단순한 건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예술을 사랑하는 삶이란 무엇일까?"
그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싶다면, 『미술관 일기』 를 펼쳐보길 바란다.

 

 
미술관 일기
1994년 발매되었던 〈우리끼리의 얘기〉의 2022년 개정판으로 1989년부터 1994년까지 환기미술관 건립과 개관의 전반적인 과정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한 책이다.
저자
김향안
출판
환기미술관
출판일
2022.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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